Sunday, September 29, 2013

Onground 지상소




Sep. 2013
Seoul


온그라운드 _ 지상소
건축 전문 갤러리

오픈 시간
평일: 오후 2시 ~ 오후 7시 (월요일 휴관)
주말: 오후 12시 ~ 오후 7시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122-11
문의
010-7447-0771, jisangso@naver.com


onground _ jisangso
The Architecture Gallery

OPEN HOUR
WEEKDAY: 2pm - 7pm (closed on Monday)
WEEKEND: 12pm - 7pm

LOCATION 
122-11, Changsung-dong, Jongro-gu, Seoul, Korea

CONTACT
+82 01 7447 0771, jisangso@naver.com


건축가 조병수 작품 ‘온그라운드…’
목조주택을 전시공간으로 개조
천장 나무 사이로 햇빛 쏟아져
자연과 재료 특성 최대한 살려

서촌이라 불리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 창성동 작은 길 안에 새 갤러리 하나가 들어섰다. 막다른 골목 끝 검은 철문을 열면 너무나 작은 마당과 역시 어두운 짙은 색 나무판으로 마감한 아주 아담한 건물뿐.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갤러리 특유의 순백색 내부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른 미술 공간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 갑자기 펼쳐진다. 천장 나무 틈 사이로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내려 실내 전체에 자연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갤러리라고 하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게 상식이지만, 이곳 ‘온그라운드스튜디오’에선 작품이 아니라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들이 작품이자 주인공이 된다. 건축이 ‘빛으로 하는 예술’이란 것을 건물 전체로 보여주는 듯한 곳이다.
16일 문을 여는 온그라운드스튜디오는 현재 한국 건축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병수씨의 새 작품이자, 그가 직접 운영하는 전시공간이다. 국내에선 드문 건축 전문 문화공간을 표방해, 다양한 건축 관련 전시와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바로 옆 문화상점 가가린과 벽을 터 두 건물이 하나로 이어지는 독특한 건물이기도 하다.
서울 광화문 트윈트리타워, 강원도 화천의 소설가 이외수씨 집필실과 문학관, 경기도 파주 헤이리 황인용씨의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라면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건물을 예상하기 쉽지만, 온그라운드스튜디오는 이런 예상을 모두 거부하는 작고 소박하고 차분하기 짝이 없는 집이다. 대신 건물 천장 나무 사이로 빛이 비처럼 쏟아진다. 색깔 짙은 나무 천장과 하얀 전시공간이 대비와 조화를 이루고, 빈 공간 안에서 빛들이 만들어내는 선들이 시간에 따라 변해가며 부유하듯 느릿느릿 춤을 춘다. 빛과 건축이 함께 만들어내는 미묘한 분위기를 사진으로 온전히 보여주기 불가능한 건축이다.
집은 원래 일제 강점기 때 지은 단층짜리 일본식 목조 주택이었다. 건물 면적은 불과 67㎡(약 20평). 건축가는 이 작은 건물에서 자기 건축의 근간으로 여겨온 지론과 경험을 녹이고자 했다. 특별한 장식이나 기교는 배제하고 재료의 물성을 최대한 살리는 정직함, 그리고 그가 늘 간직해온 특별한 기억과 연결되는 콘셉트였다.
조 건축가가 건축 인생에서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는 것은 미국 유학 시절 몬태나에서 우연히 봤던 낡은 헛간이다. 긴 나무판으로 막은 벽이 오래되면서 틈이 벌어졌고, 그 틈으로 들어온 빛이 어두운 내부에서 반짝거리는 헛간 내부의 느낌은 그에겐 명건축물 못잖은 감동이었다. 창성동 집은 지붕 기와와 널판을 걷어내니 천장 뼈대 나무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었고, 건축가는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렸다. 물론 빗물을 막기 위해 나무판 위로는 유리를 덮었다. 좁디좁은 쪽마당은 조경가 권춘희씨의 작품이다. 수십년 세월의 더께가 가득한 시멘트담과 얼기설기 만든 작은 계단을 남기고, 키작은 나무 몇 그루와 이끼 식물만으로 살짝 꾸몄다.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심을 것만 최소한으로 심은 마당은 오히려 더욱 공간이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조 건축가는 늘 어린 시절 그를 매혹시켰던 시골 외가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빗소리와 햇살이 비치는 마당, 소나기 내릴 때의 흙냄새, 마당 주변의 소리와 볕과 질감” 같은 것들이 그의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돌고 돌고 돌아보니 결국은 하늘이 아름답고 물이 아름답고 땅이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내가 어렸을 때 본 아름다움과 같았다.” 빛으로 지은 창고 같은 창성동 갤러리는 그가 이야기해온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글ㆍ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861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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