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8, 2013

your ground park 展

http://www.tthat.com/zb41pl5/zboard.php?id=neutrino&no=33



바로 우순옥 현대미술작가(이화여대 서양화전공 교수)의 작품!
서점에 있던 책들은 모두 서점과 붙어 있는 옆 갤러리로 옮겨진 상태였다.
 
운 좋게 작가님을 만나 갤러리에서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 서점이 텅 비어 깜짝 놀랐습니다!"
"서점 안에서 전시를 하는 중이라서요."
"앗. 그렇군요. 그냥 쓱 지나와서 제대로 보지를 못했네요. 
상당히 작은 작품들이 있었나봅니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지나왔다는 사실에 괜히 머쓱해졌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 맞습니다. 바로 관람객 자체가 작품의 일부이거든요."
"예?"
"텅 빈 공간이 작품이에요. 일상에 존재했던 장소를 비움으로써 질문을 남기는 것이죠."
 
작가는 이 헌책방의 하얀 수직, 수평의 책장들의 선들을 보았다.
그 뒤에 놓인 갤러리의 하얀 방들과 천장 서까래 사이의 하늘들의 선을 보았다.
그리고 서촌이라는 지역에서 이 장소가 가진 상징성까지 보면서 문득 작품에 대한 구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 곳을 한 번이라도 와 본 이들이 느낄 당혹감, 서운함, 아쉬움, 텅 빈 공허함 들.
내가 처음 받은 그 인상들은 고스란히 작품 의도에 흡입되어 생명이 되고 있었다.
 
ps.
일단 제가 포스팅 한 자체가 일종의 스포일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처음 포스팅을 보면서 책방 폐점의 아쉬움을 느꼈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느낌이 될 수 있을라나요.
어찌 되었든 올해 제가 본 작품들 중에 가장 신선한 충격 중 하나였다고 감히 꼽을 수 있을 것 같은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
 
 
다음은 작가의 글 중 일부..

비일상적 장소 onground(갤러리)에 일상적 장소 gagarin(서점)을 개입시키기로 했다. 
예술적 개입의 메타포다. 그렇게 문득 낯설고 자유로우며 무심하게 사회제도적 개념과 담론의 자리를 바꾸어보고자 한다. 
이동되어져 텅 빈 상태의 gagarin은 질문의 장소로 전환될 것이고 일상적 이야기로 가득한 onground는 실천의 장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곳은 'your ground park'로 불리어질 것이다. 
그 장소로 당신을 초대하여 기본을 생각하게 하고 꿈꾸는 푸른 이상을 말 없이 보여줄 것이다. 예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통해 예술과 삶과 세계에 대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세상은 환상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열반(nirvana)은 종종 정원(park)으로도 비유된다하니 언젠가는 그 곳이 나의 예술적 정원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시기간: 2013.1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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